[경주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경주도서관이야기<5>도서관운동가 엄대섭의 발자취를 찾아서(4)경주의 역사문화 발굴과 보존, 계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주시대’는 창간을 맞아 ‘경주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기획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힘들었던 1950년대 경주시민들에게 지식의 장, 공부하는 장으로 기능을 했던 경주도서관(당시 경주읍립도서관)의 설립과정과 역할, 도서관을 위해 헌신한 엄대섭 선생의 발자취를 준비했다.[편집자 주]경주시민의 공동서재 공공도서관(2)경주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 도서관이상적인 도서관을 위하여 1959년 8월 26일, 사정동 1-26번지에 경주시립도서관을 신축 개관했다. 1953년 7월 1일 경주읍사무소 회의실 한 편에 읍립도서관을 설립하여 1955년 9월 1일 경주시립도서관으로 승격되었으나 여전히 시의회 회의실에서 함께하다가 6년 2개월 만에 드디어 독립건물을 가지게 되었다.   경주시립도서관은 초기 지방의 읍 단위에 설립된 공립도서관으로서 의미도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사정이 1개 도에 1개 도서관도 안 되던 시절에 국비 보조를 받아서 시립도서관을 건립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정부나 관청에서 공공도서관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고 나라 살림도 넉넉하지 않던 시절, 더욱이 도서관 설립에 대한 관련 법이나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도서관 건립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순전히 엄 관장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였다.   도서관을 신축하고 발간 배포한 《경주시립도서관 안내; 단기 4292년 8월 26일 신축 낙성 기념》 책자와 ‘도서관 이전 안내 말씀’에서 경주시립도서관 운영 목적과 엄 관장의 철학을 알 수 있다. 경주시립도서관은 경주시가 시민을 위하여 시비로 운영하는 시민의 공동서재입니다. 경주시립도서관의 목적은 1. 시민 여러분께 직업과 교양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려 합니다. 2. 관광객에게 신라 문화와 고적 관계 도서를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고유문화를 소개함과 아울러 연구에 이바지하려 합니다. 3. 교양도서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의 인격도야에 이바지하려 합니다.선진각국의 예를 보건데 민족문화와 지역사회의 문화적 개발은 모두 해당 지역 도서관이 그 선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러한 도서관은 대개가 설립자나 직원의 힘만으로 그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선의적이고 이해있는 지역 분들의 실천적인 협조와 편달로서 가능한 것입니다. 찬연한 신라 문화의 자랑스런 계승자로 자부하시는 여러분께서는 앞으로 우리 문화창조와 향토문화의 향상을 위해 많은 협조와 편달을 아끼지 않으실 것으로 믿고 간망懇望 하나이다.(인사말씀 중에) 시립도서관은 시민을 위해 시비로 운영하는 공동서재라는 것을 강조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 정보를 이용하고, 신라의 옛 도시로서 향토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문화재의 소중함도 심어주고자 하는 뜻이 들어있다.    엄 관장은 독서회원 등 젊은 청년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늘 지역사회와 도서관은 협조 관계를 가지고 지역문화를 선도하여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향토자료실을 두어 지역문화 유산을 보호하고 알리고자 했다. 한편 ‘앞으로 계획’에서 도서관 건축에 원했던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어린이 전용 도서실을 만들어 미래의 꿈을 가꾸고 성장하는데 정성을 다한다. 시청각실 앞에 탑실을 건축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도서관 건물의 미적 감각을 살린다. 농촌문고 도서 교환실을 보강하여 지역사회 발전을 앞당긴다. 신라와 경주문화 관련 자료를 수집하여 경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연구를 촉진 시킨다. 책뿐만 아니라 그림, 글씨, 사진 등도 중요한 독서 자료임을 인식시킨다. 엄 관장은 대구에 있는 경상북도 도청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무원을 설득하고 시위까지 하여 드디어 경주시립도서관을 신축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린이도서실 건축과 경주를 상징하는 탑 조형물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여 무산되고 추후 건립하고자 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농촌문고農村文庫’의 도서교환실을 보강한다는 것은 마을문고 이전 농촌지역에 ‘순회문고’를 맡겨서 관리했던 곳을 ‘농촌문고’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사립무료도서관에 이어 경주에서도 도서관 혜택을 받기 어려운 농촌지역 주민들을 위해 ‘순회문고’를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주시립도서관을 신축 개관하던 시기는 엄 관장이 한국도서관협회를 재건하고 사무국장직을 겸하고 있을 때라 서울과 경주, 대구를 오가면 무척 바쁘게 움직였다는 사실은 《경주시립도서관 안내》 책자 11면~12면 ‘인사 말씀’에서도 알 수 있다. 엄 관장은 당시 입장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양해를 얻고자 했다.`여러분께 사과드릴 말씀은 제가 5년 전부터 서울 국립도서관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도서관협회(전국 각종 도서관의 연합체)의 사무 책임을 겸무하고 있다는 사실과 더욱이 금년 3월부터는 도서관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하여 연세대학교 도서관학교에 재학 중인 관계로 경주에서(在慶) 근무하는 날이 매월 10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이 기회에 특히 양해를 얻고저 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계의 사정이나 경주도서관의 사정으로서는 앞으로 당분간은 관장인 제가 서울에 주재하여 수시로 요로의 도서관 관계자와 접촉하고, 경주도서관에 보낼 기증도서를 수집하고, 도서관학을 연구하고, 경주에 관한 문화자료와 소식을 수집하고, 도서관에 대한 견문을 넓힘으로서 여기서 얻은 바를 경주도서관에서 실천하는 것이 경주도서관을 바로 살리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신념을 제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경주도서관에는 5년간 계속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실무자 김종준(金鍾俊) 사서가 조수와 더불어 일상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인사장에 엄 관장이 서울에서 한국도서관협회 사무국 업무를 맡고, 도서관학교에서 공부한다는 사실을 밝혀 평소 관장의 부재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에게 도서관은 전국 각종 도서관의 연합체인 협회도 있고, 사서는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이라는 걸 알려주고자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도서관연구회> 시절 엄 회장 말씀 가운데 연세대학교 부설 한국도서관학당 설립 첫해(1957년)에 입학했으나 바쁜 일정으로 출석일 수가 부족하여 수료하지 못하고, 결국 1960년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당시 엄 관장의 업무 상황이 짐작 가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열과 성을 쏟아 어렵게 건립한 도서관이지만 1962년 9월 엄 관장은 마을문고에 전념하기 위해 무보수 경주시립도서관장직을 사직했다. 그리고 그간 도서관 살림을 맡아오던 김종준 선생이 제2대 관장을 맡아서 운영철학을 그대로 계승했으나, 그도 1966년 7월 <마을문고진흥회>로 옮겨갔다. 그 후 시청 행정직 관장이 맡으면서 엄 관장의 도서관 운영철학에서 비켜났다.   1983년 ‘공공도서관 요람’한국도서관협회 공공도서관부회 발간에 의하면 1968년 4월 6일 경주시립도서관 운영조례경주시 조례 제241호를 개정하여 무료열람으로부터 유료열람으로 전환하고 당시 대부분 공공도서관의 운영방식을 따라 일반열람실 좌석 중심으로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59년 신축 완공한 도서관은 1976년 삼성재단이 동양방송 중앙일보 창립 11주년 기념으로 기존 건물을 헐어내고 그 자리에 재건축하여 경주시에 기부채납 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 건축하여 기부한 도서관은 전국에 11개 관이 있었는데 명칭에 중앙일보를 상징하는 ‘중앙’이란 단어를 넣었기 때문에 경주시립도서관도 ‘경주시립중앙도서관’이 되었다.    1989년 9월 황성동에 경주시립도서관 본관을 한옥으로 신축하고 사정동의 중앙도서관은 ‘경주시립도서관 중앙분관’이 되었다가 2010년 8월부터 다시 경주중앙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에 애정을 가진 분들은 중앙일보에서 신축한 도서관은 건물 외관이나 구조가 오히려 예전보다 퇴보한 건축이 되었다며 지금도 1959년에 신축한 도서관을 아쉬워한다.   초기 경주도서관은 시청으로부터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했으나 엄 관장을 비롯하여 직원과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이상적인 도서관을 꿈꾸며 만들어가고자 했다. 당시 공공도서관 현실에 비춰 볼 때 경주시립도서관은 건축뿐 아니라 운영 면에서도 엄 관장의 앞선 사고와 철학, 그리고 열정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글=정선애 작가     정선애 작가는? 대학시절 마을문고 운동 동아리활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서관학과 4학년 때 엄대섭 회장을 직접 찾아뵙고, <대한도서관연구회>에서 도서관운동 조수로 일했다. 그 후 <대한도서관연구회> 에서 훈련받고 일한 자부심을 가지고 서울시 새마을이동도서관 사서, 한국도서관협회, 학교도서관 등을 거쳐 2006년부 터 관악구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2022년 퇴직했다. 2021년 엄대섭 선생의 공공도서관 개혁운동 이야기 「지금 쓰지 않으면 잊혀질 이야기」를 썼다
최종편집: 2025-04-30 23: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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