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경주도서관이야기-도서관운동가 엄대섭의 발자취를 찾아서(프롤로그)-경주의 역사문화 발굴과 보존, 계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경주시대’는 창간을 맞아 ‘경주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를 기획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로 힘들었던 1950년대 경주시민들에게 지식의 장, 공부하는 장으로 기능을 했던 경주도서관(당시 경주읍립도서관)의 설립과정과 역할, 도서관을 위해 헌신한 엄대섭 선생의 발자취를 준비했다.[편집자 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도서관운동가 엄대섭 선생이 울산에서 운영하던 사립무료도서관 시설을  경주읍에 기부하여 설립하고 운영한 경주읍립도서관이다.  그 후 경주읍이 시로 승격하면서 경주시립도서관이 됐다’간송澗松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운동 이야기라면 이미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그래서 이 책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950~1960년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모습은 어땠을까?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되고 한국전쟁까지 겪은 우리 사회는 도서관이 몇 개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국가나 도서관이 국민 지식문화에 관심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용 기회를 주지 못했다. 그래서 입관료를 받고 열람 좌석을 빌려주는 것이 중요한 도서관서비스로 학생들 방과 후 자습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와 같이 과거의 도서관은 자료 이용보다 공부방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여 지금과는 참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1991년 이후로 입관료는 폐지되었으나 아직도 여전히 도서관에서 개인 학습자료를 가지고 독서실인 양 공부하는 일반열람실이 남아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도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있었고, 이를 위해 재산과 열정을 바친 운동가가 있었다. 요즘 우리가 누리고 일하는 공공도서관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몇 걸음 앞선 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놓치고 있었다. 그곳은 도서관운동가 엄대섭 선생이 울산에서 운영하던 사립무료도서관 시설을 경주읍에 기부하여 설립하고 운영한 경주읍립도서관이다. 그 후 경주읍이 시로 승격하면서 경주시립도서관이 된 초기의 이야기이다. 경주도서관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 운동사에서도 내용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던 한 부분이다. 그간 도서관계의 뜻있는 분들이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 운동 이야기를 정리하여 그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해왔으나, 경주도서관에 대해서는 엄 선생이 설립했다는 사실 정도만 언급해 왔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주도서관에 관한 글을 대하게 되었고, 그 발자취를 따라 가보니 역시 예사로운 도서관이 아니었다. 이 글에서 밝히고자 하는 이야기는 엄 선생이 경주읍립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했던 1953년 7월부터 1962년 9월까지 9년 3개월간의 이야기이다. 경주도서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설립되었으며, 운영에는 어떤 철학이 담겨있는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아직 자료조사도 미흡하고 충분히 밝혀내지 못한 부분도 있겠으나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 운동 기반에는 시민과 지역사회의 발전, 그리고 자료 이용을 중심으로 한 공공도서관 운영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믿는다. 경주도서관의 오래 전 이야기를 어떻게 밝힐 수 있었을까? 지난 해(2021년) 가을 어느 날 ‘한국도서관사연구회’ 단체 채팅방에 한 편의 글이 올라왔다.‘경주도서관의 뿌리는 어떠하며 무슨 일을 하려 하였던가;경주도서관 이야기’(김윤근, 경주새마을운동50년사, 경주새마을지회, 2020)라는 제목의 글이다.한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김보일 교수가 학생들과 울산, 경주지역 도서관 탐방을 갔다가 경주시립도서관에 들렸을 때 어느 사서 분이 소개해 준 엄대섭 선생 관련 자료라는 것이다. 경주도서관과 엄 선생 관련 자료란 말에 관심이 갔다. 내용을 보니 1950년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부터 경주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한 어르신의 생생한 기억과 추억에서 비롯되었다. 경주의 김윤근 선생이 당시 경주도서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이 책이 궁금하여 새마을문고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오영구 선생에게 연락하여 책을 입수하고, 이 내용을 이용남 교수께도 전해드렸다. 교수님도 이 글을 보시고 ‘엄 회장이 울산 사립무료도서관을 접은 후 그 기반시설을 경주에 기부하여 경주읍립도서관을 설립하고 무보수 촉탁 관장으로 운영했던 적이 있다. 엄 회장이 떠난 후에 경주시청 공무원들이 운영했기 때문에 혹시 그들에서 부담을 주게 될까 배려하여 경주도서관에 관한 말씀은 거의 하지 않으신 것 같다. 경주시립도서관도 그사이 직원들이 몇 번씩 바뀌고, 기록도 정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윤근 선생의 글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경주도서관 설립과 초기 흔적을 찾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으니 발굴 정리하여 가능하다면 경주시립도서관 정사에 반영해도 좋을 것 같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를 계기로 관심을 가지고 경주도서관 설립과 운영 발자취를 따라나섰다. 먼저 경주 출신으로 새마을문고중앙회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오영구 선생이 고향 내려가는 길에 김윤근 선생을 만나서 경주도서관 초기의 자취를 발굴하고자 한다는 설명을 하고 나를 소개했다. 그때부터 김윤근 선생과 SNS를 통하여 소통이 시작되었다. 한편 생각하면 새마을운동보다 20년이나 앞서 설립된 경주도서관 이야기가 경주시의 새마을운동 역사와 무슨 관계인가 생각할 수 있으나,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엄대섭 선생이 이끌었던 <마을문고 본부>가 새마을운동 회원단체로 편입되어 지금은 ‘새마을문고중앙회’가 되었으며, <마을문고>는 경주시립도서관에서 비롯되었다. 몇 년 전부터 경주에서는 김윤근 선생 제자들 가운데 고향을 지키며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거 경주에서 있었던 사건이나 사람에 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승 김윤근 선생에게 과거 경주 이야기를 청하였는데, 그 가운데 경주도서관과 엄대섭 선생 이야기가 있었다. 마침 제자 가운데 ‘새마을문고 경주시지부’를 맡고 있던 박임관 회장(13~14대<2017.1~2021.2>, 현 경주학연구원장, 경주문화원 부원장,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운동본부 위원장)이 마을문고의 초기 발상지가 경주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새마을운동 50년이 되는 2020년 『경주시새마을운동 50년사』를 발간하면서 경주도서관 이야기를 싣게 되었다고 한다. 김윤근 선생과 연락이 닿자 당장이라도 경주로 내려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곳을 찾아보고 싶었으나, 당시 코로나19 전염병이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라 움직이기가 몹시 부담스러웠다. 특히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환영받지 못하던 때라 직접 찾아뵐 수는 없고 SNS로 소통하며 경주도서관 초기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몇 분을 더 소개받았다. 김윤근 선생은 경주도서관에서 비롯된 마을문고 1호 ‘탑마을문고’ 최초 운영자 박동진 선생과 경주도서관 직원으로 근무했던 정재영 선생, 엄 선생 조카 강경희 선생을, 박동진 선생은 당시 농촌지도소에서 마을문고 독서회와 4H 회원을 관리했던 김상규 선생을 소개해 주었다. 이분들의 이야기가 당시 도서관 운영 전반과 지역사회 분위기를 알아 가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 경주는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지역도 크게 넓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가 지역 선후배로 잘 아는 사이라 서로 연락하여 기억을 확인해 주어서 수월하게 당시의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지만 서울에 거주하는 박동진 선생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올해(2022년) 1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자마자 경주로 발걸음을 향했다. 김윤근 선생 댁으로 찾아뵙고 한 번 더 이야기 듣고,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는 자료와 기록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더해서 다른 분들도 만나 생생한 기억을 듣고 의미 있는 현장도 둘러보았다. 하나하나가 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물론 이것으로 모든 것이 밝혀졌다고 할 수 없고,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정리하여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보고자 한다. 엄대섭 선생의 흔적을 밝히는 것이 단지 경주시립도서관의 역사나 엄 선생 한 사람의 업적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역사의 한 부분을 조명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글이 나오기까지 경주시립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기억을 모아 서로 확인하고, 옛터를 직접 안내해주고, 고이 간직했던 자료도 아낌없이 제공해 준 덕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운동은 어떻게 이어지나 이 글을 정리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엄대섭 선생은 경주도서관 이전에 울산에서 사립무료도서관을 운영했고, 경주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한국도서관협회>를 다시 세우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그리고 경주도서관 순회문고에서 <마을문고>를 창안하고 전국적으로 <마을문고>를 보급하여 지식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도서관 혜택의 공평성과 지식의 대중화에도 집중했다. 마을문고 운동에서 은퇴한 후에는 <대한도서관연구회>를 창립하여 해방 후 40년이 넘도록 공부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현실 개혁운동을 위해 혼신을 쏟았다. 평생을 몇 걸음 앞서서 도서관을 바라보고 개혁을 주도하여 발전을 견인했다. 이미 밝혀진 이야기가 대부분이나 경주도서관만 정리하려니 왠지 토막 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대섭 선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서관운동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시키나 하는 문제도 걱정스러웠다. 결국 이용남 교수와 이용훈 대표의 의견을 들어 <한국도서관협회>와 <마을문고> 운동은 경주도서관과 겹치는 부분도 있으나, 두 기관에서 이미 역사를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였기에 경주도서관장 시절에서 맥락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소개했다. <한국도서관협회>를 재창립하고 그 기반을 닦은 이야기는 『한국도서관협회 60년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용남). 한국도서관협회, 2005에서 알 수 있고, <마을문고> 운동 이야기는 2001년 새마을문고중앙회에서 편찬한 『새마을문고 40년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용남)에 잘 정리되어 있다.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운동 정신과 개인적 특성, 도서관 운동을 하도록 한 성장 배경 등은 가장 긴 세월 측근으로 활동했던 이용남 교수의 저서 『이런 사람 있었네; 도서관운동가 엄대섭 평전』한국도서관협회, 2013에 담겨있다. <대한도서관연구회> 시절 이야기는 『지금 쓰지 않으면 잊혀질 이야기』정선애, 도연문고, 2021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난 해(2021년) 엄대섭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울산 매곡도서관 최진욱 선생이 『엄대섭이 꿈꾼 지식 나눔터; 공공도서관』현북스, 2021을 출간하여 엄대섭 선생의 도서관 정신을 알리고자 했다. 이전 책들과 더불어 이번에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운영을 한 경주도서관 이야기를 통해 엄대섭 선생 도서관 정신의 또 다른 면을 찾아낸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설립과정이나 운영을 나름대로 열심히 조사한다고 했지만 미흡함이 많다.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이야기는 앞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발자취를 밝혀 주리라 생각하며 알고 있는 만큼 정리했다. 현재, 그리고 훗날 도서관 현장의 사서들이나 문헌정보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국 공공도서관 역사에 ‘도서관운동가 엄대섭’이란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긍심을 갖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경주도서관의 적극적인 독서회원, 마을문고 운영자, 도서관에 근무했던 직원, 이용자이자 문고회원을 관리했던 공무원 등 모두 각자 위치에서 성실하게 임했던 기억을 모아 준 덕분이다. 경주의 도서관을 아끼고 좋아하는 김윤근 선생, 박동진 선생, 정재영 선생, 김상규 선생, 그리고 엄 선생의 조카 강경희 선생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존경하는 이용남 교수께서 늘 지도와 격려해 주신데 감사드린다. 엄대섭 선생 이야기에 대해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널리 알리고, 『지금 쓰지 않으면 잊혀질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도 기꺼이 출판을 맡아준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이자 ‘도연문고’ 이용훈 대표께 감사드리며, 학창 시절 마을문고 운동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온 40여 년 우정의 오영구 선배는 고향이 경주라는 이유로 김윤근 선생님을 만나 섭외해 주었고, 나의 친구 이기숙은 경주 답사길에 기꺼이 동행하여 사진도 찍어주고 협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과거 생활풍습과 건물 사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신 경주시청 관계자들과 늘 지지하고 응원해 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글=정선애 작가정선애 작가는?대학시절 마을문고 운동 동아리활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도서관학과 4학년 때 엄대섭 회장을 직접 찾아뵙고, <대한도서관연구회>에서 도서관운동 조수로 일했다. 그 후 <대한도서관연구회> 에서 훈련받고 일한 자부심을 가지고 서울시 새마을이동도서관 사서, 한국도서관협회, 학교도서관 등을 거쳐 2006년부 터 관악구립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2022년 퇴직했다. 2021년 엄대섭 선생의 공공도서관 개혁운동 이야기 「지금 쓰지 않으면 잊혀질 이야기」를 썼다.
최종편집: 2025-04-30 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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