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지 마세요, 들어가지 마세요’ 금지의 시대에서 활용의 시대로 전환을 알리는 책제1회 대한민국 정부혁신박람회 문화재청 선정 대표 혁신 사례
진병길 대담 / 양희송 지음<서악마을 이야기: 문화유산, 활용이 보존이다> (뭉클스토리, 2024), 정가 18,000원. 지난 5월 17일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한국의 문화유산 정책은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문화유산 활용의 대표적 사례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던 경주 서악마을의 15년간 성과를 담은 <서악마을 이야기>가 출간되어서 화제다. 서악마을은 태종무열왕릉을 비롯하여 다수의 왕릉과 고분이 밀집해 있고, 문희-보희 설화가 있는 선도산, 삼층석탑과 서악서원, 도봉서당 등 신라에서 조선에 이르는 긴 역사가 집약된 공간이지만 그간 잠재된 가치에 비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사)신라문화원(원장 진병길)은 지난 2010년 문화재청의 문화유산 돌봄사업을 통해 서악마을과 인연을 맺었다. 신라문화원은 문화유산의 능동적인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서악서원, 도봉서당 등에서 고택 체험을 시작했고, 산 능선을 가린 대나무와 잡목을 제거하고 길을 내면서 신라의 고분군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의 대나무와 쓰레기를 말끔히 제거하고, 그 자리에 철따라 작약과 구절초가 만발하는 꽃밭을 조성해서 축제의 장을 열었다. 이런 15년간의 노력으로 서악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KT&G 같은 기업들의 지원을 이끌어내 마을의 낡은 담장과 폐가를 정비하여 마을 주민들은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하기도 했다.
이제 마을에는 연중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경관을 누리며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여럿 생겼고, 고분과 석탑, 연못과 산책로를 걸으며 힐링과 명상을 경험할 수 있는 명소로 재조명되고 있다.
책에는 서악마을의 역사와 그간의 변화 양상이 풍부한 사진자료와 더불어 소상하게 정리되어 있다. 신라문화원은 <낭만 경주> 등 최근 경주에 대한 글을 활발히 쓰고 있는 양희송 작가에게 원고를 의뢰했고, 향후 계획과 방향에 대한 논의는 진병길 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관심자, 민간과 지자체의 관련 분야 종사자, 도시재생, 로컬 크리에이터 등 지역 개발과 활용 관심자 등이 주요 독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악마을은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을 제고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9년 제1회 대한민국정부혁신 박람회에서 문화재청의 혁신 사례로 선정된 바 있고, 그외에도 대통령 상과 문화재청장 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화유산 활용 분야에서는 폭넓게 인정을 받았다. 올 2월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사례 발표를 했는가 하면, 5월에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방문하여 활짝 핀 작약 축제를 즐기고 돌아가기도 했다.
전 세계적인 K-컬쳐에 대한 관심이 문화유산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로 앞으로 이런 문화유산 활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주제들과 사례를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병길 원장은 동국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후 경주대에서 관광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1993년 전통문화재를 보존 활용하기 위하여 혜국 큰스님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신라문화원을 설립해 현재까지 원장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한국문화유산돌봄협회를 창립하여 회장(2017-2022)으로 활동했으며, 2023년부터 한국문화유산활용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