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역사와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도시 경주의 고찰 골굴사(주지 적운스님) 함원지 야외공연장에서 지난 15일 오후 3시 오랜 정신문화와 예술적 전통이 하나로 만나는 뜻깊은 무대가 펼쳐졌다. 한국 전통 수행 무예인 골굴사의 ‘선무도’와 신라향가문화원(원장 정민정)의 ‘삼국유사·균여전’ 향가 낭송, 그리고 신라향가보존회의 향가 노래가 어우러진 이번 특별 공연은 ‘천년의 몸짓’과 ‘천년의 노래’가 시공간을 넘어 교감하는 감동적인 화합의 장을 만들어냈다. 이번 무대는 단순히 서로 다른 두 개의 장르를 한 자리에 모아놓은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지켜온 정신적 유산을 현대의 언어로 재해석해 되살리고자 기획됐다. 신라시대부터 고려 전기까지 이어진 우리 고유의 정형시 향가는 겨레의 삶과 염원이 담긴 소중한 문학 유산이다. 특히 고려 균여대사가 지어 전해지는 『균여전』 속 11수의 향가는 선조들의 깊은 사유와 예술적 감성이 집약된 결정체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은 천 년 전 선조들이 노래했던 그 사상과 정서를 오늘의 목소리로 또렷하게 되살려내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달했다. 몸과 호흡, 마음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숭고한 수행 정신을 표현하는 선무도의 힘찬 기운은, 은은하면서도 깊게 퍼져나가는 향가의 낭송 및 가창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표현하는 방식은 서로 달라도 우리 전통문화 속에 흐르는 깃든 정신과 아름다움을 오늘날에 이어가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은 하나였다. 움직이는 전통과 노래하는 전통이 선사한 이 절묘한 콜라보레레이션은 고대 문학이 단순히 책 속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동시대 예술임을 훌륭하게 증명해 냈다. 특히 이 특별한 문화적 여정을 이끄는 중심에는 오랜 세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멋진 중년 예술가들이다.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단단해진 이들의 내공과 진정성은 무대 위에서 강렬한 빛을 발했다. 이들의 단단한 목소리와 절제된 동작은 자칫 일반 시민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던 향가와 선무도를 한층 더 친숙하고 감동적인 예술로 다가가게 만들었다. 전통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무대를 채운 중년들의 당당한 행보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나아가 이번 협업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경주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골굴사 선무도와 신라향가문화원은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창의적으로 계승해 다음 세대로 전승하는 다리 역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오늘의 빛나는 예술로 승화시키며 전통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이 시대 중년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여정에 뜨거운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최종편집: 2026-09-23 23: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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