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누군가는 평생 가족을 위해 밥을 지었고, 누군가는 거친 바다에서 그물을 끌어올렸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논과 밭에서 계절을 일구며 살아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손. 그 손이 이제는 삶을 기록하는 예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지난 7월 23일 전촌2리 경로당에서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의 문화예술 프로그램 제6차시 수업으로 `나의 손, 나의 삶`이라는 특별한 예술 활동이 진행됐다.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미술 체험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은 먼저 자신의 손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주름 하나, 굳은살 하나, 휘어진 손가락 하나까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내 손이 뭐 볼 것이 있느냐"며 웃음을 보이던 어르신들도 어느새 조용히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긴 세월을 되짚기 시작했다.
그 손에는 가족을 먹여 살린 기억이 있었고, 자녀를 품에 안았던 따뜻함이 있었으며, 삶의 무게를 견디며 묵묵히 살아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경로당은 하나의 작은 인생극장이 되었다.이어 진행된 석고 손뜨기 작업은 더욱 특별했다. 손 석고를 제작하기 위해 모양을 굳히는 동안 어르신들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손을 그대로 유지해야 했다. 몇 분의 기다림 끝에 틀이 굳고 손을 빼고 석고를 부어 탄생 되는 순간, "내 손이 작품이 되었네.", "평생 이런 건 처음 해본다."라는 감탄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완성된 석고 손은 모두 다른 모습이었다. 곧게 편 손도 있었고, 살짝 주먹을 쥔 손, 손가락을 모은 손, 희망을 전하는 손짓까지 저마다의 삶과 개성을 담아냈다. 똑같은 손은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곧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예술은 특별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순간 시작된다는 것을 이번 수업은 보여주었다. 어르신들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공감하며 따뜻한 박수와 웃음을 나눴다.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서로의 손을 바라보며 "참 고생 많이 했네" "우리 손이 참 예쁘다"라고 말을 건네는 모습은 소녀 같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빛났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예술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앞으로 이어질 창작활동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